“브레이크는 자제가 아니라 컨트롤입니다”

  • 등록 2025.09.11 16: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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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멈춤이 아니라, 삶을 조율하는 힘
F1 도전의 꿈, 그리고 신앙의 길에서 찾은 완주
질주가 남긴 교훈, 신앙이 준 브레이크

 

미담타임스 김교환 기자 | 

일본 사이타마에 위치한 한 교회. 이곳의 담임목사 아라이 쇼코(77)는 이력부터 눈길을 끈다. 20대 시절, 그는 동생과 함께 레이싱 트랙을 누볐던 전직 카레이서였다. 동생은 일본인 최초로 F1 프로젝트에 도전했고, 그는 매니저로, 때로는 선수로 그 길을 함께 걸었다.

 

위험과 열정이 교차하던 트랙 위의 시절, 그리고 사업 실패와 인생의 전환점, 마침내 목회자의 길에 서기까지.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질주가 아닌 멈춤과 전환의 이야기였다. “브레이크는 단순한 자제가 아니라 컨트롤”이라는 그의 말처럼, 아라이 목사의 삶은 속도와 멈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온 여정이었다.

 

Q. 목사님은 어떻게 레이싱을 시작하셨습니까?
저는 원래 속도를 즐기던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세 살 어린 동생이 먼저 레이싱을 시작했고, 저도 자연스럽게 그 길에 들어섰습니다. 사실 저는 선수로 뛴 기간보다 매니저로서 동생을 돕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차량이 한 대뿐이었기 때문에, 둘 중 더 빠른 사람이 주로 출전했죠. 같이 나간 건 단 한 번뿐이었는데, 그때 제가 입상을 했습니다.

 

Q. 동생 분은 일본 최초로 F1 무대에 도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동생은 일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영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자금 문제로 끝까지 출전하진 못했지만, 일본인 최초로 F1에 도전한 사람이 제 동생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매니저로 함께하며 뒤에서 지원했죠.

 

Q.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처음엔 반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대학 대신 레이서를 하겠다”며 아버지께 200만 엔을 요청했을 때, 아버지가 뜻밖에도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래, 해봐라” 하시며 지원해주셨고, 덤프트럭에 레이싱카를 싣고 경기장까지 직접 데려다주실 정도였습니다.

 

Q. 기업 후원도 있었습니까?
처음에는 자비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토요타 팀에 소속되어 일정 부분 후원도 받았습니다. 당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레이스 현장을 성능 시험의 장으로 삼았거든요. 하지만 위험도 컸습니다. 함께 달리던 제 동료 중 3분의 2가 결국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Q. 그 시절 경험이 일본 자동차 발전에도 영향을 주었겠군요.
맞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차량은 개선됐습니다. 브레이크는 드럼식에서 디스크식으로, 안전벨트는 5점식에서 4점식으로 발전했죠. 희생 위에서 기술이 자라난 셈입니다.

Q. 목사님께 브레이크란 어떤 의미입니까?
흔히들 브레이크를 ‘자제’라고 하는데, 저는 ‘컨트롤’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멈추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선을 알려주는 장치죠. 레이스에서 브레이크를 언제, 얼마나 정확하게 밟느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짧고 필요한 순간에만 쓰는 것, 그것이 관건입니다.

 

Q. 인생에서도 ‘브레이크’가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24살에 레이스 자금을 마련하려고 음식점을 열었습니다. 장사가 잘돼 가게를 네 곳까지 늘렸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멈춰야 할 때를 모르면, 결국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인생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합니다.

 

Q.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사업 실패로 힘들던 시절, 한국의 박옥수 목사님이라는 분의 권유로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베드로전서 4장 말씀을 접했는데, “지나간 때가 족하도다”라는 구절이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세상 것을 좇던 삶은 충분하다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렸습니다. 결국 교회에 들어와 64세에 안수를 받고, 65세에 사이타마에서 개척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12년째 사역 중입니다.

 

Q. 요즘 청년들에게 ‘브레이크’는 어떤 의미라고 보십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생각에 갇혀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불편한 말을 해주는 사람, 때로는 쓴소리를 해주는 멘토가 꼭 필요합니다. 레이스에서 더 빠른 사람을 보며 배우듯, 삶도 좋은 본보기를 만나야 합니다.

 

 

 

 

Q. 신앙과 자제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신앙은 내비게이션과 같습니다. 목적지(하나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재 위치(나는 연약하다)를 정확히 알아야 길이 시작됩니다. 신앙은 하나님이 주신 브레이크입니다. 우리의 욕망이 과해 사고로 치닫지 않도록,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조절해주죠.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IYF의 모토가 ‘도전, 변화, 연합’이잖아요. 레이싱도 혼자 달리는 것 같지만, 메카닉과 스태프가 함께합니다. 관계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연합을 낳습니다. 결국 그것이 성장을 만듭니다. 청년들이 이 세 가지를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어떤 길도 가치 있게 걸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IYF(International Youth Fellowship)
IYF는 1995년 한국에서 시작된 국제 청소년 NGO로, ‘도전·변화·연합’을 모토로 청소년 인성교육, 해외봉사,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95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매년 국제 청소년 캠프와 교류 행사를 주관한다.

 

 

트랙 위에서 속도를 배우고, 삶 속에서 멈춤을 배운 아라이 쇼코 목사. 그의 말처럼 브레이크는 단순히 멈추는 장치가 아니다. 삶을 조율하고, 안전하게 완주하게 하는 컨트롤이다.

“멈춰야 할 때를 모르면, 결국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카레이서에서 목회자로 이어진 그의 여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브레이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김준완 기자 midam.tim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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